몇 년 전인가 지금은 오르상크, 두개의 탑으로 더 유명해진 L 타워 옆 S 호수 근처에서 갑자기 아스팔트 도로가 함몰되고어 커다란 구멍이 발생하는 현상이 간간이 뉴스에 실렸었다. 여러가지 원인 분석이 있었지만, 가장 널리 알려져 그런 줄(정말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잘 모름) 알고 있는 건, 도로 아래 지반이 지하철 공사, 호수 등으로 가는 지하수 물길 등등으로 인해 연약한데, 그 위에 도로는 물론 서울을 상징하는 고층빌딩과 대규모 주거단지가 있어 지반이 버티지 못해 가장 약한 곳이 무너졌다는 것. 또 당시에 주인장의 사촌 형이 그 근처 지하철 공사 현장에 때문에 상경해서 있었던지라 남보다 더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나는데…

그러고는 한동안 더 거짓말 같고 X같은 사건들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면서 (주목도? 신선함? 암튼 어그로를 끌기에는 이젠 식상했는지) 싱크홀 관련 기사는 (다행히도 발생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 이 싱크홀에 관련된 영화가 나온데서, 솔직히 한국형 재난영화 같은 느낌이라 좀 관심이 갔었다. 출연 배우를 보니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라고 하길래, 조금은 너무 코믹하게 가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서도…

영화 초반은 상경 11년만에 서울에 “내집 마련”에 성공한 주인공 박과장(김성균)과, 그의 새 집에 사는 이웃들, 회사 동료들 캐릭터를 보여주고, 나름 부동산공화국과 결혼까지 포기한 n포세대 이야기 등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사들을 가볍게 치고 나가면서 조금은 지루하지만 아재 개그스런 드립으로 진행해 가는데. 영화 전개 상 어쩔 수 없다지만, 좀 더 쳐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러면 후반부의 지하 속에서의 이야기가 또 상상력의 부재로 지리하게 길어졌을 듯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느낌이 좀 있긴 했다.

어쨌든, 박과장의 집들이(도대체 불금에 집들이하는 건 무슨 민폐인가!)에 회사 동료들, 이웃집 주민(이라기 보단 다른 연유로 인해) 들이 모이게 되고, 결국 다음날 숙취에 일상적인 주말 생활을 하지 못한 통에 갑작스레 지반이 무너지며, 빌라 건물이 통째로 싱크홀로 빠져서는 깊은 지하의 세계로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떨어지고 하는 사건이 생기고 만다. 각자 빌라 내 다른 위치에서 있다가 결국에는 한 곳에 모여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궁리를 하고 이겨 내는 모습은 일반적인 재난 영화의 모습을 나타낸다. 하지만, ‘터널’과 달리 여러 명이, 그것도 빌라=집이라는 공간이 함몰되어 재난을 겪게 되다 보니 가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약간은 삼강오륜적인 전개가 진행되는 건, 뭐 대한민국 영화 아니더래도 당연한 코스이니 그리 문제가 될 건 아닐 듯.

싱크홀이 생기기 전, 갑자기 건물 유리문이 깨진다거나 수도관이 파열되서 단수가 된다거나 하는 사전 경고와도 같은 사건이 있었으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안전불감증, 그리고 이렇게 사건이 났고, 자기 집도 위험에 빠질 수 있음에도, 집값 때문에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2021년 대한민국의 웃픈 현실일 듯.

재난 영화라 너무 가볍게 웃으며 보라고는 못하겠지만, 재난영화를 너무 무겁고 심각하게 다루지 않아 나름 봐 줄만 했던 영화.

아, 그리고 <미성년>과 (아직도 그녀라고 믿지 못하는) <킹덤>의 그 후덜덜한 중전으로 나왔던 김혜준 배우가 익숙한 듯 색다른 모습으로 나와서 좋았던 것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