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Marvel이 하드코어 팬덤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작품들을 내놓는 느낌. 물론 영화는 좀 덜 하지만 Disney Plus를 통해 내놓는 작품들은 Comics나 이전 작품을 통해 사전지식이 없으면 못 볼 작품. 또는 팬사이트에서 향후 작품이나 팬들이 원하는, “나왔으면 하는 스토리나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따라가지도 못할 내용만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의 구성인 이번 드라마, ‘SheHULK.’

기존의 WandaVision 이후로는 모두 6부작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WandaVision과 똑같이 9부작이길래, 기대감이 매우 컸는데, 솔직히 실망이 아니라 절망한 드라마. WandaVision은 이후 작품으로의 빌드업은 물론 이야기 자체도 너무 매력적이고 재밌었는데, 이 작품은 정말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SheHULK, Jennifer Walters는 뭘 하고 싶은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작품. 제4의 벽을 넘어 가는 능력이 있다는 게 이후 작품에서 어떻게 쓰일지 모르겠지만, 자기 작품에서 자기 비중도, 자기 이야기도 관리 못하는 이 능력이… 자기 캐릭터가 먼저 사라질 판인데… 2화인가 3화에서 이 드라마가 카메오가 많은 작품이라는 말에 반론을 제기하다가 수긍하는 또 제4의 벽을 넘어 이야기하던 장면이, 실제 이 드라마의 정체성인 듯. 이후 작품에서 나와야 할 캐릭터들을 일단 등장시키고, 이 드라마 하는 동안에 일어난 다른 일들이 어떤 게 있을 거라는 상상의 떡밥만 던지고, 정작 주인공은 그냥 SheHULK가 되었어요 밖에 없는 작품.

Abomination을 기억하려 The Incredible HULK를 다시 기억해야 하고, 한국에서는 Netflix가 아님 볼 수도 없었던 DareDevil을 영접해야 하고, 갑자기 Hulk가 아빠가 된 걸 받아들여야 하는…. 중구난방도 이런 중구난방은 없을 듯. 이후 작품이 나오면, ‘아 이게 케빈 파이기의 큰 뜻이구나’ 할 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아는 사람만 알고, 기다려 줄 사람만 기다리는, 팬들만을 위한 작품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은 실패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