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고려를 소재로 한 드라마. 특히나, 한반도에 외세가 대규모로 쳐들어 온 첫번째 케이스에 해당하는 거란의 침입에 대한 고려의 항전을 그린, 우리에게는 그냥 강감찬, 귀주대첩 정도로 시험을 위해 외웠던 정도의 상식 밖에 없었던 그 시대를 다룬 작품.

거란의 2차 침입 때부터 드라마는 시작되어, 활약이나 결과의 영향도만 보면 임진왜란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만큼의 전공을 세웠던 양규 장군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거나, 다른 고려 시대의 인물들이나 사건들이 잘 알려지고, 초반 전투 장면이나 드라마 전개가 아주 괜찮았던 것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현종을 세종대왕 급으로 만들려다 보니, 아무리 기록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사실 위에 너무나 큰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리…. 원래 사기라는 게 여러 개의 이야기 중 사실인 이야기 한 두개를 섞어서 사람들을 믿게 만들어 결국을 속아넘어가게 하는 건데… 이 드라마의 후반부가 그랬다. 왕권 강화라는 게 지방 호족의 반대를 샀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일개 조그만 호족 하나가 제갈공명 급 지략에 게슈타포 급 추진력으로 현종을 거란에 갖다 바치기 직전까지 가고, 2차 침입 때 전공을 세운 장군들을, 허수아비나 욕심에 눈 먼 소인배로 다 바꿔 버리는 등…. 이 정도면 사기고 왜곡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그런 이상한 것들 하느라 날린 제작비로 제일 중요한 귀주대첩의 승리 후 모습은, 말 그대로, 방영 분 그대로 그냥 비에 쓸려 내려가버린….

전형적인 용두사미로 끝난 많이 아쉬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