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번복작’이자, ’10년만의 개봉작’이자, ‘별다른 마케팅을 안 한’ 작품이자… 뭐 워낙 거장이 움직였다 보니 이래저래 말이 많고 관심도 많이 받은 작품. 지브리, 아니 거장의 작품 제작 방식 상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다 보니, 이전 지브리의 모든 작품이 OTT에 스트리밍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그 비용을 충당했었다는 얘기도 화제가 되었다는데… 다들 참 관심이 많았나 보다. 하긴 지브리 작품을 보며 커왔던 주인장도 어쨌든 이 작품은 개봉하면 무조건 본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사실 ‘하울’과 ‘센과 치히로’ 이후에는 직접 개봉관에서 보거나 하지 않고 코로나 기간에 몰아서 봤다 보니 이른바 ‘바람이 분다’에 대한 논란을 알지 못했었는데, 정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봐왔던 사람들이라면 그런 논란 자체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이 영화는 그 ‘바람이 분다’의 논란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의 답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바람이 분다’를 포함한 지금까지 자기가 해왔던 작품들, 그리고 자기의 인생에 대해서 정말 가감없이 드러내 놓고, 자신이 부끄러워 했던 모습들을 내놓으면서,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왔었음을, 하지만 그게 잘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생각을 정말 자기가 생각 나는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 영화였다. 그렇다 보니 그림은 너무나 익숙하고, 지브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하고 세련된 작품으로 나오지만, 이야기는 뜬금없이 80세 할아버지의 넋두리를 두서없이 듣다 보니 잠시라도 집중하지 못하면 그냥 암초에 걸려 버리고 마는 그런 정말 불친절 그 자체인 영화였다.

나의 어린 시절 주변 환경이 이랬기에 내가 이럴 수 밖에 없었다라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던 것도 나고, 그렇지만, 남들보다 유복한 환경을 누리고 즐겼던 것도 나이고, 그 덕에 지금 그 때 배웠던 것들로 밥벌이 하는 것도 나인데, 이게 그렇게 자랑스럽지만은 않다고 주구장창 얘기해왔는데, 왜 갑자기 그런 논란이 생겼던 건지… 사람 말을 그냥 따라만 하는 앵무새들이 생각 없이 군중 논리에 의해, 시류에 편승해 움직이는 인간들을 비웃듯이 그려져 있고, 서양에선 희생의 상징인 펠리컨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새 생명(와라와라)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모습에서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어디까지 비참해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 보여주는… 기존과 똑같은 전쟁을 극혐하는 모습은 여기서도 다시 보여진다. 단지, 거기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자기 자신을 이제 그 중 하나로 드러냈을 뿐인 거고….

뒤늦게나마 난 그렇게 비겁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살아왔는데, 너네는 하고 질문을 받으니 그냥 맘이 한없이 무거워졌던 영화.